제목 : 아는 여자
개봉 : 2004
감독 : 장진
출연 : 정재영, 이나영
동치성과 귀여운 스토커 한이연
잘 나가던 투수였지만 지금은 2군에 소속된 야구선수 동치성은 애인이게 이별을 통보받는다. 안 좋은 일은 같이 온다고 했던가 병원에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실연에 시한부 인생이라니 마음은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단골 술집을 찾아가 술에 취하고 눈을 떠보니 여관방이었다. 단골 술집의 바텐더였던 여자가 자신을 여기에 데려온 듯하다. 어떻게 데려왔냐 물어보니 접어서 봉투에 넣어왔다고 한다. 이상한 여자다. 사실 이 여자 한이연은 오래전부터 동치성을 짝사랑해 왔었다. 동치성이 겨우 술 세잔 먹고 뻗은걸 보고 여관으로 힘들게 옮겼다. 같이 침대에 누워보기도 했다가 여관을 나왔다. 다음날 아침에 가보니 그대로 자고 있었다. 동치성이 눈을 뜨더니 눈이 마주쳤다. 한이연은 경품으로 받은 영화표로 데이트 신청을 한다. 동치성은 같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하고 영화관에서 전 여자친구를 만난다. 한이연을 보고 누구냐고 묻자 아는 여자라고 말한다. 나중에 아는 여자라고 한 게 속상했는지 한이연은 동치성에게 아는 여자가 많나 보네요라고 물어본다. 동치성은 아는 여자 그쪽 말고는 한 명도 없다고 말한다. 동치성의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의 사연이 딱해 동치성은 자기가 죽기 전에 쓰려고 대출받았던 돈을 준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도둑질을 하던 도둑에게 사랑에 대해서 배운다. 고마웠던 도둑이 가방을 놓고 갔는데 그 안에 시계가 있었다. 동치성 집을 수색하던 경찰에게 걸리고 동치성은 시한부인생인데 경찰에 붙잡혀 있을 시간은 없다. 결국 한이연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된다. 둘은 점점 친해져 간다. 그런데 병원에서 환자 차트가 바뀌어서 다른 사람의 차트를 동치성으로 오해해 시한부 판정을 했다는 걸 알게 된 동치성. 동치성은 매우 건강했다. 그리고 화가 나 술도 마셨으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길로 한이연을 찾아갔다. 그리고 도둑에게 배웠던 대로 이름을 물어보고 나이를 물어보고 혈액형을 물어본다. 동치성에겐 앞으로 행복한 날들로 가득하다.
동치성과 한이연의 첫사랑
동치성은 마지막에 내년이 생겼고, 주사가 생겼고, 첫사랑이 생겼다고 말한다. 영화 시작할 때 애인과 헤어지는데 사랑이 아니었다는 걸 말하는 듯하다. 한이연은 동치성을 오래 짝사랑했지만 먼저 용기를 내지 못한다. 결국 동치성이 애인과 헤어지고 시한부 선고를 받고 술집에서 술을 먹고 기절해 버려야 둘은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두 둘이 만나기 위해 일어난 일들이다. 그리고 둘은 서로에게 첫사랑이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안 좋은 일이 사실은 더 좋은 일이 일어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다. 그리고 동치성처럼 알고 보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감독 특유의 개그
동치성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장진 특유의 개그가 동치성에게 녹아들어 전혀 진지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뭔가 웃기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처음 시한부선고를 받았을 때 동치성은 모르지만 관객은 차트가 바뀌어 동치성이 건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장치 때문에 영화가 무겁지도 않고 개그적인 요소가 녹아들기 쉬웠고 이게 감독의 의도였을 것이다. 이나영이 연기한 한이연은 이나영의 이쁜 외모에 영화 캐릭터가 녹아들어 귀여운 스토커를 완성했다. 동치성을 접어서 봉투에 담아왔다고 말하는 대사나, 동치성이 아는 여자가 자기뿐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기분 좋아지는 모습이 너무 귀엽게 그려졌다. 장진 감독의 영화가 그렇지만 특별히 대사로 웃기지 않는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뭔가 직접 봤을 때만 알 수 있는 개그가 있다. 그래서 직접 보는 걸 추천한다.
감독 장진 관련 이야기
장진 감독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이자 감독으로 천재형 스타일에 해당한다. 장진의 영화는 독특한 느낌이 있는데 이 느낌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있는 편이다. 나도 장진의 특별한 느낌을 좋아한다.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만 고르라면 아는 여자를 고를 것이다. 간첩리철진, 킬러들의 수다, 웰컴투동막골, 아는 여자 등 유명한 영화들을 많이 제작했다. 1971년 생으로 50이 넘은 나이인데 최근에는 작품활동이 뜸하다.